2025. 3. 14. 05:20ㆍ대순회보
교무부 조광희

1960년 로마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69명의 선수가 출발선에 섰을 때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를 주목하는 관중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2시간 15분 16초의 세계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록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맨발로 완주했다는 사실이었다. 후원사가 지원한 신발이 맞지 않자 맨발로 뛴 것이다.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는 자신이 세운 세계신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우며 사상 최초 올림픽 마라톤 2연패를 달성했다. 경기 후 시합을 몇 주 앞두고 맹장 수술을 받아 출전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전해져 세상을 더욱 놀라게 했다.
이후 15번 국제대회에 나가 12번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제패했던 아베베는 1969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현실 앞에서도 그는 “내 다리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지만, 나에겐 두 팔이 있다.”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양궁, 탁구 등을 연습해 장애인 대회에 참가했고, 휠체어 크로스컨트리 대회에서 우승하며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스포츠 영웅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베베는 1973년 10월 25일 교통사고 후유증인 뇌출혈로 41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고 무려 6만 5,0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아베베의 무덤에는 올림픽 우승 장면을 묘사한 기념 동상이 세워졌으며, 1978년 뉴욕로드러너스클럽(NRRC)은 그를 기려 ‘아베베 상’을 제정했다. 훗날 그의 극적인 삶은 영화(The Athlete, 2010)로도 만들어졌다. 아베베 비킬라는 에티오피아 말로 ‘꽃봉오리가 핀다’라는 뜻이다. 올림픽 역사에 화려한 꽃을 피운 아베베. 비록 그 꽃잎은 졌지만, 올곧은 의지의 향기는 지금도 은은하게 퍼진다.01
스포츠의 역사에서 전설로 불리는 인물들 가운데 역경과 시련을 겪지 않은 이들은 아마 드물 것이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기적 같은 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하곤 했다. 마라톤의 전설적인 영웅 아베베 비킬라도 그러한 사람 중 하나였다. 후원사에서 지원한 신발이 맞지 않자 맨발로 뛰었고, 맹장 수술을 받아 온전치 않은 몸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출전하여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베베가 마라톤 선수에게 있어서 자신의 모든 것일 수 있는 두 다리를 잃고도 절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직 자신의 두 팔이 남았다며 장애인 체육대회에 참가했고 결국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불행의 아이콘’이라 할 만큼 역경과 시련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여 어려움을 극복해 냈다.
한편, 같은 마라토너이지만 아베베와 다른 길을 선택한 이도 있었다. 아베베가 출전했던 도쿄올림픽에 일본 대표로 참가한 쓰부라야 고키치(円谷 幸吉, 1940~1968)라는 선수다. 아베베와 함께 우승 후보로 큰 기대를 모았던 쓰부라야는 3위로 골인해 동메달에 그치고 만다. 최초의 마라톤 금메달을 염원하던 일본 국민은 쓰부라야에게 크게 실망하였고 기자회견에서 쓰부라야는 다음 멕시코 올림픽에서 부진을 만회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림픽을 1년 앞둔 1967년에 크게 다쳐 금메달은커녕 일본 대표로도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쓰부라야는 전국민적인 성원에 대한 압박감과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그러던 중 올림픽이 열리는 그해 1월 9일, 결국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만다. 그의 나이 28살 때였다. 책상 위에는 다음과 같은 유언이 적혀 있었다. “나는 지쳤습니다.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습니다.”02
아베베와 쓰부라야 두 선수의 공통점은 장애와 부상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아베베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아직 기회가 남아 있었던 쓰부라야가 더 유리한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절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두 사람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은 비슷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극복하려는 의지의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라는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만약 아베베가 쓰부라야처럼 포기했다면 마라톤의 전설로는 남았을지도 모르지만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 에티오피아인의 국민적 영웅을 넘어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아 기억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아베베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지고 훗날 그의 업적과 삶을 추모하기 위해 미국에서 상과 영화가 만들어진 사실에서 엿볼 수 있다. 스포츠 영웅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장애를 딛고 일어선 모습이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귀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위의 이야기가 주는 역경 극복의 메시지는 우리 수도인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이 도통과 지상천국건설이라는 수도의 목적이 큰 만큼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역경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련과 고난은 겁액과 척의 발동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상제님께서 우리를 쓰시고자 함이기도 하다. 이것은 상제님께서 『맹자』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시며 하늘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고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고 곤궁에도 빠지게 하는데, 그 까닭은 그가 못하던 것을 더 잘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신 말씀에서 알 수 있다.03 만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이를 극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일찍 삶을 포기했던 쓰부라야와 달리 역경을 극복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아베베처럼 어떠한 마음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위기의 상황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목적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고생으로만 여기지 않고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으로 삼아 극복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데 있다. 누구라도 포기할 수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아베베가 새로운 인생의 활로를 찾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 앞에 놓인 역경에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다면 나의 기국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수도의 목적에 한 걸음 다가서는 첩경이 되리라 생각한다.
01 이 이야기는 해당 기사들을 요약한 것이다. 김화성, 「마라톤 영웅 ‘아베베’」, 《동아일보》 2011. 8. 25; 양병훈, 「맨발의 아베베 ‘나는 다만 달릴 뿐이다’」, 《한국경제》 2011. 9. 9; 최윤필, 「아베베 비킬라」, 《한국일보》 2018. 8. 18 등 참고.
02 권종오, 「자살과 완주 ‘극과 극’ 두 마라토너」, 《SBS뉴스》 2016. 7. 12 참고.
03 행록 3장 50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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