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의 신수, 사자

2025. 3. 20. 13:25대순회보


출판팀 한상덕

▲ 여주본부도장 신축회관 기단석 사자석상 (2023년 5월 촬영)

도장에는 여러 종류의 신령스러운 석상(石象)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사자상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신수(神獸) 중 하나다. 고대로부터 사자는 백수의 왕으로 불리며 용맹과 기개의 상징이었다. 도장 본전을 비롯한 시학원, 시법원 건물의 기단 그리고 일념교를 지나 일각문과 대순회관 입구와 정원에 이르기까지 사자의 위용이 서려 있다.

사자의 상징성이 발현된 지역 가운데 하나가 인도이다. 사자가 오랜 기간 인도에서 서식하면서 인도인의 정서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사자를 왕의 권위와 성인의 위엄을 상징하는 동물로 숭배해왔다. 고대 인도에서 최고의 논사(論師: 교리에 밝은 사람)는 사자를 의자에 새긴 사자좌(獅子座)에 앉았다고 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자에 대한 관념은 인도불교에도 자연스레 유입되었다. 사자좌가 부처의 자리인 상좌(牀座)를 상징하게 된 것도 그 예이다.

사자는 모든 동물을 능히 다스리는 위엄 때문에 부처를 인중사자(人中獅子)로 비유하거나,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수호신으로 표현된다. 또한 부처의 위엄 있는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 하여 사자의 포효에 비유한다. 기원전 3세기가 되어 사자는 인도의 마우리아 왕조가 세운 아소카 석주에 석물(石物)의 모습으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이 석주의 기둥머리에 있는 사자상 조각은 부처가 세상에 내린 불법(佛法)의 권위를 의미한다.

▲ 중국 자금성 사자상:

① 수사자상: 수사자는 오른발로 수구(繡球)를 밟고 있는데, 이는 사자곤수구(獅子滾繡球)로 위엄과 권세를 상징한다.

② 암사자상: 왼발 아래 어린 사자를 쓰다듬고 있는 암사자는 태사소사(太獅少獅)로 대대손손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으로 전래된 사자는 불상의 대좌를 비롯해 불탑, 석등, 부도(浮屠: 승탑) 등 불교와 관련된 다양한 석조물에 등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사자의 서식지가 아니다 보니 사자상은 상상력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했다. 사자를 직접 보기 힘든 중국인들은 경전에 묘사된 내용만을 토대로 사자의 모습을 구현하였다. 물론 동서의 교류가 활발했던 당대(唐代)에 사자가 들어왔고, 많은 교역자나 구법승(求法僧)들에 의해 전해져 사자의 대략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자에 대한 인식은 중국인들 고유의 정서와 혼합되면서 그 모습이 재해석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수사자를 중심으로 상징되었던 인도와는 달리 중국의 사자 조형물은 음양론에 따라 암수가 한 쌍으로 등장한다. 수사자의 경우 궁궐이나 사찰의 대문 오른쪽에 자리하여 구슬을 밟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는 사자곤수구(獅子滾繡球)라 하여 사자의 위엄을 상징한다. 암사자의 경우 대문의 왼쪽에 배치되어 발아래 어린 사자를 쓰다듬고 있다. 이는 태사소사(太獅少獅)라 하여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불법의 위엄을 상징했던 사자상은 민간의 정서와 결합하여 기복적인 성격이 더해지며 그 상징성은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자상은 통일신라시대에 중국 당나라의 능묘제도(陵墓制度)가 도입되면서 불교 상징물의 역할을 넘어 민간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능묘에서 보여지는 사자의 상징은 수호의 의미와 관련된다. 초기 사자상은 통일신라시대 능묘제도의 완성을 이룬 신라 원성왕(元聖王, 재위 785~798)의 괘릉(掛陵)에 자리한 커다란 돌사자상이 대표적이다. 이후 사자상은 탑의 수호상이나 불교 공예품, 그리고 기와나 생활용품 등에 폭넓게 활용되었다.

우리 도장에서도 사자는 도장을 지키는 신수이다. 본전의 기단을 중심으로 도장 곳곳에 자리하여 수호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정갈한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본전의 기단의 네 모퉁이마다 화강암으로 조각된 사자상이 연꽃 대좌 위에 앉아있다. 부리부리한 눈과 풍성한 갈기는 사자의 위용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이와 더불어 시학원과 시법원의 사자상도 본전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일각문과 대순회관 입구의 사자상은 본전의 사자 좌상과는 달리 입상(立像)이다. 전반적으로 사자 본연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일념교와 대순회관 정원에 작은 사자상들이 있다.

▲ 여주본부도장 임원실 뒷길 입구 사자석상 (2023년 5월 촬영) 좌

▲ 여주본부도장 일념교 사자석상 (2023년 5월 촬영) 우

▲ 여주본부도장 대순회관 입구 사자석상 (2023년 5월 촬영) 좌

▲ 여주본부도장 일각문 사자석상 (2023년 5월 촬영) 우

 

사자는 인도와 중국을 거쳐 먼 길을 지나 수호의 상징물로 자리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에서 벽사의 상징물이었던 사자가 우리 도장에 이르러 신수로 나타난 것은 진법 수호를 위해 이어진 인연일 것이다. 오늘도 사자상은 수호의 표상으로 굳건히 자리하며 힘찬 포효를 멈추지 않고 있다.


【참고문헌】

자현, 『사찰의 상징세계 上』, 서울: 불광출판사, 2012.

자현, 『사찰의 비밀』, 서울: 담앤북스, 2019.

허균,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서울: 돌베개, 2002.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