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회보

閑談叙話可起風塵(한담서화가기풍진)

도문소자 2023. 6. 29. 08:11
 

 

연구원 이호열

 

언행(言行)을 바르게 하라는 가르침은 동서고금을 통해 인격과 교양을 갖추기 위해 실천해야 할 덕목의 하나로 강조되어왔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 또한 다양하다. 우리 대순진리회 훈회(訓誨)에서도 “언덕(言德)을 잘 가지라”라고 했듯이, 언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상제님의 진리를 배우고 실천하는 수도의 측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閑談叙話可起風塵 한가로이 하는 말과 이야기로 가히 풍진을 일으킬 수 있고

閑談叙話能掃風塵 한가로이 하는 말과 이야기로 능히 풍진을 없앨 수 있다

(교법 3장 47절)

『전경』에 언급되어있는 위의 성구는 상제님께서 종도들에게 때때로 읽어 주시면서 말의 중요성에 대한 깨우침을 얻도록 하신 시구 중 하나이다. 이는 또한 여주본부도장 청계탑 뒤편의 돌병풍에도 새겨져 있으니 그 안에 우리 수도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상제님의 중요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이 성구는 여러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여기서는 수도인의 자세와 언행에 관한 가르침의 측면에서 해석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 시구에 나타난 한담(閑談)은 ‘한가로이 하는 말’의 뜻으로 ‘한담객설(閑談客說: 심심풀이로 하는 실없는 말)’과 ‘한담만문(閑談漫文: 그리 중요하지도 아니하고 일정한 중심 사상도 없는 글)’에서도 ‘심심풀이로 하는 말’, ‘중요하지 않은 말’의 의미로 해석된다.01 서화(叙話)는 ‘주고받는 이야기’를 의미하므로 ‘한담서화(閑談叙話)’는 곧 ‘심심하거나 한가할 때 나누는 말과 이야기’의 뜻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풍진은 바람 풍(風), 티끌 진(塵)의 글자를 써서 사전적으로는 ‘바람에 날리는 티끌’이라는 뜻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이나 시련’의 의미를 가지며, ‘편하지 못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말할 때 ‘풍진 세상’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02

결국 ‘한담서화가기풍진 한담서화능소풍진’이라는 말은 우리가 별생각 없이 주고받는 말이 때로 세상에 분란을 일으킬 수 있고, 혹은 그러한 말을 통해 분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는 수도인의 말이 가진 영향력이 크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을 실없이 가볍게 하지 말며 신중하고 조심하라’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할 것이다. 특히 “전쟁사를 읽지 마라. 전승자의 신은 춤을 추되 패전자의 신은 이를 가나니 이것은 도를 닦는 사람의 주문 읽는 소리에 신응(神應)되는 까닭이니라.”03라는 말씀이 있듯이, 수도인의 말에 신응되는 경우가 있기에 더욱 그러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말이 씨가 된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속담처럼 말이란 한번 내뱉고 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말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져서 스스로 자라면서 커지고 사람들의 입을 타고 돌고 돌며, 때로 본래의 뜻과 다르게 와전되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실없는 말이 송사(訟事) 간다”라는 속담처럼 무심하게 한 말 때문에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며,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때로 상대방의 심기를 거슬려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무심코 한 말이지만, 어떤 말은 상대의 입장과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까닭에 종종 오해를 불러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해석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전님께서도 이 성구와 관련하여 “사람의 모든 일이 말로써 길을 열고 닫게 되며, 또한 가까운 사이나 친한 처지에서 심량(深量) 없이 주고받는 한 마디가 전도(前途)를 오멸(汚衊)케도 하고 바로 잡기도 한 일은 역사가 증명할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허다한 사례가 있다.”04라고 말씀하시며 언덕을 갖추기에 힘쓰라고 당부하셨다.

상제님께서 종도들에게 “심심황하수(心深黃河水) 구중곤륜산(口重崑崙山)”05이라는 말씀을 통해서도 마음을 깊게 하고 언행에 신중할 것을 강조하셨듯이 수도인으로서 늘 마음을 안정케 하고 조심하여 실언(失言)이나 허언이 망동(妄動)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더욱이 신명수찰(神明垂察)이 있어 사람만이 내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신명도 내 말을 수찰(垂察)할 수 있으니, 신명과 함께하는 우리 수도인들은 말의 영향력에 대해 늘 생각하고, 이 성구를 더 깊이 새겨 실천해야 할 교훈으로 삼아야 하겠다.


01 「한담」,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 (서울: 두산동아, 2001) 참고.

02 「풍진」, 같은 책.

03 교법 2장 23절.

04 도전님 훈시(1986.1.20.).

05 교법 3장 47절, “마음은 황하수와 같이 깊게 하고, 입은 곤륜산처럼 무겁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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